마케팅에서 나은 것보다 다른 것이 더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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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업 난중일기 

가난한 스타트업 대표의 생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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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달라야 하는가

심리학에는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에게 흔히 ‘파블로프의 개’로 알려진 이 심리학 이론은 19세기 러시아의 생리학자 이반 페트로비치 파블로프Ivan Petrovich Pavlov의 실험에서 유래됐다. 파블로프는 개에게 먹이를 줄때마다 종소리를 냈는데, 종소리가 들릴 때마다 먹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한 개는 자연히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종소리와 먹이라는 사고의 연합 과정은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일어난다. 우리가 햄버거를 주문할 때 콜라를 함께 주문한다거나 치킨에 맥주가 땡기는 것도 고전적 조건화로 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레몬향을 맡을 때 설겆이를 하고 싶어진다고 하는데, 이는 과거에 대부분의 세제 제조 업체들이 주방 세제에 주로 레몬 향을 첨가한 결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렇듯 조건화는 우리의 무의식을 자극해 행동을 이끌어낸다.

이런 현상을 눈치챈 마케터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고전적 조건화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향수 광고에는 늘 섹시한 모델이 등장하거나 스파 의류 광고에 아이돌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해당 제품에 특정한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세간에 유행하던 ‘혜자스럽다’와 같은 단어도 각 연예인들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상품과 연합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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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위 - 제일제당 '다시다' 광고, 아래 - 봉준호 '마더' 영화 〉

배우 김혜자는 고전적 조건화가 미디어를 통해 소비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독특한 것은 연합에 필요한 조건화의 과정이 어떤 인과적인 상관관계가 필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블로프의 개는 종소리와 먹이가 동일한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그 어떤 연결고리도 없었다. 그러나 동일한 사건이 지속적으로 노출되자 ‘종’ -> ‘음식’ -> ‘침’이라는 조건 반응이 만들어졌다. 즉, 단순 노출의 반복만으로도 고전적 조건화는 형성된다.

문제는 고전적 조건화가 작동하는 조건이 이처럼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것에서 발생한다. 만약 어떤 회사의 광고가 자사 브랜드를 강조하지 못하거나 브랜드가 경쟁사의 제품과 차별화를 만들지 못한다면, 조건화의 노력이 오히려 경쟁사 제품의 구매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과거부터 유능한 마케터들은 경쟁사와는 다른 자신들만이 갖고 있는 차별화된 단서를 브랜드에 심으려는 노력을 해왔다. 맥도날드의 M자형 거대 아치와 KFC의 커널 샌더스 할아버지 같은 독특한 심볼처럼 연상 과정에 자사 브랜드 이미지가 자동으로 떠오를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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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의 M자형 아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전적 조건화의 사례이다.

최근 국내의 주류 업체들또한 이런 고전적 조건화 전략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주류 업체들은 몇 년 전부터 오랜 기간 유지해오던 병의 색깔을 바꾸고 있다. 주류 회사들이 기존의 통용되던 불문율을 깨면서까지 차별화 전략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은 사실 맛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국내 주류 기업들이 계속해서 비슷한 제품들을 연이어 출시한 결과다.

실제로 얼마전 진로이즈백이 레트로를 떠올리게 하는 하늘색 병색깔로 제품을 출시한 후 참이슬과 처름처럼의 양강 구도에 변화를 만들어내면서 고전적 조건화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통한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 최근 주류 시장 유리병 색깔의 변화
진로이즈백(소주) : 녹색 -> 하늘색
테라(맥주) : 갈색 -> 녹색
카스(맥주) : 갈색 -> 투명

수많은 마케팅 이론에서 끊임없이 차별화를 외치고 있는 것은 사실 인간의 인지적 능력의 한계에 기인한 결과다. 따라서 마케터는 제품 그 자체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무의식에서 자연스레 작동될 동인으로 제품을 바라봐야 한다. 마케터가 싸워야 할 것은 경쟁업체가 아니라 소비자의 무의식인 것이다.

차별화란 조건화의 또 다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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